[아무오키] 오키야 스바루 주위에는 항상 고양이가 있다
- 먼지 김
- 2018년 10월 26일
- 3분 분량
W. 블루(@algk168)
베타X열성오메가
오키야 스바루 주위에는 항상 고양이가 있다.
발치에 다가와 우는 고양이를 쓰다듬는 남자를 보며 아무로는 질투에 눈이 멀어 핸들을 세게 쥐었다. 얼마 전부터 오키야는 길을 가다 고양이를 만나면 안보는 척하다 주변을 훑고는 가방에서 간식이나 장난감을 꺼내 흔들곤 했다. 원래부터 동물을 좋아했던가?
차안에서 집요한 눈길로 오키야를 보며 아무로는 생각했다.
‘저 고양이가 되고 싶다!’
오키야 스바루가 아카이 슈이치라는 의심을 풀기위해 하던 미행은 어느새 오키야 스바루를 좋아하는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한 미행이 된지 오래였다. 카페에서는 지극히 짧은 시간을 볼 뿐이라 오키야 외투에 도청장치를 달아두었으나, 외투를 옷장에 보관하는지 음질이 영 시원치 않았다.
역시 카페를 쉬고 하루를 통째로 오키야를 미행하기로 한건 잘한 일이었다. 버본과 공안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것 뽐내며 아무로는 오키야를 미행했다. 저런 귀여운 남자라니, 아무로 안의 버본이 잡아다 감금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현재 버본화 88%인 아무로는 조금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러나 12%의 후루야 레이가 야무지게 버본을 후려패며 더 기다렸다가 합법적 감금을 하라고 외쳐 다행히 오키야 스바루는 현재 감금의 위기에서 한 발짝 떨어져 포와로 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었다.
오키야 스바루를 좋아해도 아무로는 의심을 버리진 않았다. 하지만 밝은 햇살 아래에서 고양이에게 냥냥펀치를 맞아 간식을 떨어뜨린 남자는 그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남자와 하나도 닮은 점이 없었다.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 상냥한 표정과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고 그 실수를 아이들이 꼬집어도 그저 웃으며 답하는, 누가봐도 친절한 남자. 그리고 오메가.
아무로는 오키야에게 걸어가며 생각했다. 닮지 않았기에 더 의심이 간다고. 의심하면서도 사랑스럽다는 눈빛을 보내는 저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웃겼다.
“고양이 좋아하세요?”
“아무로씨는 싫어하세요?”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는 건 비슷할지도.
“그나저나 아무로씨한테 들켰네요. 요새 혼자만의 즐거움이었는데. 좋아해요, 고양이. 이렇게 사랑스럽게 구는데 안좋아할리 없죠.”
상관없다. 지금 눈앞의 남자는 ‘오키야 스바루’이니까.
느릿한 손길로 고양이를 매만지는 남자를 보며 아무로는 삐딱한 마음을 숨긴 채 싱긋 웃었다.
“고양이가 잘 따르네요. 오키야씨 향이 고양이들을 끌어 당기나봐요. 매번 볼때마다 주변에 고양이가 있네요.”
“........”
안돼! 아카이 슈이치를 생각하다보니 말이 베베꼬아져 나왔다! 죽어도 도움 안돼는 빌어먹을 FBI! 죽어!
당신의 향이 동물들에게 통할만큼 천박하다는 비꼼에도 오키야는 그저 웃으며 아무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못 알아들었나? 못 알아들었겠지. 좋게 알아들었을 수도 있고!!
아무로는 최대한 싱그럽게 웃으며 아무말이나 꺼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그 향이랑 비슷한가? 그-.”
“개다래나무요?”
“네.”
“아무로씨는 저한테 무척 관심이 많네요. 대부분은 제가 오메가인걸 모르는데. 용케 아셨네요.”
“모르는게 이상하지 않나요? 누가봐도 그렇게 티가 나는걸요.”
쓰다듬던 손이 멈췄는지 고양이가 울었다. 오키야는 멈췄던 손을 움직이며 답했다.
“그런가요. 대부분은 모르시던데.....”
끝이 흐린 말이었다. 베타인 자신도 알아볼 정도로 저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오메가인데, 대부분은 모른다는 걸 아무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내 사랑 오키야의 말이기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 내가 알파면 이미 목 물고 안에 진득하게 했다, 했어.
버번화 88%인 아무로는 아무렇지 않게 범죄적 생각을 하며 오키야에게 손을 뻗었다. 고양이를 쓰다듬는 오키야의 손등 위로 아무로의 손이 스쳤다. 오키야는 아무런 말없이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고양이의 등에 아무로의 손이 닿으려는 순간 고양이의 등이 쑥 내려갔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아무로의 손길을 피하며 고양이가 한번 울더니 몸을 돌려 사라졌다.
아무로는 황당함에 눈을 깜빡이다 옆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웃깁니까?”
“음, 네. 아무로씨 당황한 얼굴 생각보다 귀엽네요.”
“제가 오키야씨보다 연상인건 알고 계시죠?”
“그랬나요?”
아무로의 말에 오키야는 그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긴 그림자가 졌다. 아무로가 오키야의 그림자를 보며 아카이 슈이치와 닮았다고 생각한 순간 오키야가 나무 그림자 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가 너무 강해서 그런가, 어지럽네요.”
눈길을 피하듯 자리를 옮긴 오키야는 주변으로 다시 고양이가 다가왔다. 가볍게 부는 바람에 주변이 흔들렸다.
병약미!! 아무로는 가슴 한 구석이 찡하게 울리는 걸 참으며 오키야에게 다가가 말했다.
“많이 어지럽나요? 오키야 씨, 제 차가 근처에 있는 타고 가실래요?”
“그정도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네...”
아무로는 안타까운 마음에 저절로 눈꼬리가 내려가는게 느껴졌다. 답지 않게 시무룩해진 아무로가 신경 쓰였는지 오키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머뭇거리던 오키야는 결국 떠나는 고양이를 보며 슬쩍 말을 흘렸다.
“아직 더우니까, 잠깐 차를 타고 있는것도....”
“나쁘지 않겠죠? 가요, 오키야 씨.”
금방 생글생글 웃으며 아무로가 길을 안내했다. 오키야는 속은 듯한 느낌에 괜히 입이 바짝 말라오는 걸 느꼈다.
“정말 잠시만 있을거에요.”
“네, 알아요. 오키야 씨 배고프지 않으세요? 이제 점심 때인데”
“맛있는데라도 데려가주실려고요?”
“원하신다면요.”
오키야에게 차문을 열어주고 아무로 역시 운전자석에 앉았다. 오키야는 생각보다 순순히 옆좌석에 앉았다.
“밥 먹으러 갈까요?” “아니요,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요. 말한대로 잠시만 쉬다 갈게요.”
“진짜 맛있는 곳인데, 아직 시간이 일러서 가면 사람들도 별로없어서 바로 먹을 수 있어요.”
“아무로 씨는 표범을 닮은 거 같아요.”
“네?”
아무로는 속으로 차안의 공기를 몽땅 흡수하고 싶은걸 참으며 침착하게 되물었다. 티가 났나? 오키야씨와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티가 났나!? 그래도 이정도면 신사적이었는데?!
“표범도 고양이과인거 아세요?”
“음, 뭐 알죠.”
오키야가 몸을 기울여 아무로에게 바투 다가갔다. 아무로의 눈이 놀람으로 크게 띄여졌다. 그런 아무로를 보던 오키야가 아무로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아무로씨가 말했잖아요. 저, 고양이가 잘 따른다고.”
오키야가 아무로의 턱을 살살 쓰다듬었다. 마치 고양이 턱을 쓰다듬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오키야가 웃었다.
“당신은 절 따르지않을건가요?”
맡아질리 없는 무형의 향에 무릎을 꿇은 아무로가 답했다.
“당연히 따라야죠.”
지금 당신에게선 어떤 향이 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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